진짜 메타버스와 가짜 메타버스

Simon Seojoon Kim
해시드 팀 블로그
5 min readAug 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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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해 현실 세계의 일자리가 대부분 사라진 미래에, 사람들은 어느 곳에서 어떤 가치 창출 활동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

메타버스는 이 난제에 선명한 대안을 제시하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가상의 사회에 접속하여 원하는 캐릭터로 살아가며 경제활동이 가능한 세계를 그린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이 보여준 미래는 이미 먼 훗날의 공상이 아니다. 마인크래프트나 로블록스 등 다양한 가상세계에 접속하여 단순 취미활동을 넘어 수억 원 이상씩 돈을 버는 MZ세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편, 메타버스가 단시간에 주목받으며 본질적인 통찰 없이 지나치게 남용되는 현상도 목격된다. 3D 아바타를 기반으로 인터랙션이 가능한 서비스는 모두 다 메타버스라며 자본시장에서 높은 몸값이 불리기도 한다. 대다수 메타버스형 서비스의 그래픽적 요소는 게임 산업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전혀 혁신이라 부를 수 없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메타버스는 어떤 특성에 집중해야 할까? 어떤 조건을 갖춰야 진정한 인류의 신대륙이 될 수 있을까?

메타버스는 아직까지 명확한 의미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추상적 개념이다. 그동안 수많은 전문가들이 각자의 정의를 내려왔는데,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3가지 중요한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1) 사회적(social),
2) 경제적(creator economy) 활동이 벌어지는
3) 가상(virtual)의 세계.

메타버스의 개념을 그 어원인 “meta(초월적) + universe(우주)”로 돌아가 충실하게 해석해보자. 먼저 가상의 우주 공간이 반드시 3D로 만들어질 필요는 없다는 포괄적 전제가 가능하다. 오랫동안 인간의 지각능력이 3차원으로 단정 짓던 우주를 상대성 이론은 4차원, 초끈이론이 11차원으로 정의한 것을 상기하면, 가상의 초월 우주가 3차원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즉, 1차원 혹은 2차원의 가상 공간에서 사회적, 경제적 활동이 풍부하게 벌어질 수 있다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부터 추억 속의 PC통신이나 싸이월드까지도 메타버스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는 메타버스를 더욱 엄격한, 협의의 정의로 살펴보자. 이 경우 로블록스와 마인크래프트를 포함하여 메타버스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대부분의 IP가 사실 메타버스가 아닌 마이크로버스(microverse)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로블록스는 마치 레고(Lego)처럼 생산성과 접근성의 향상을 위한 수많은 제약을 가지고 있는 폐쇄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인크래프트를 과연 진정한 메타버스라고 말할 수 있을까?

메타버스와 마이크로버스를 구분하는 속성은 A. 무신뢰성(trustless), B. 개방성(openness), C.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그리고 D. 결합성(composability)이라고 생각한다. 이 4개 속성이 MECE하게 분류되지는 않는데, 무신뢰성은 다른 속성들의 상위개념이고 결합성은 다른 속성들을 기초로 만들어진 응용적 속성에 가깝다. 또한 메타버스형 어플리케이션은 각각의 속성에 대해 이분법적 잣대로 분류되기보다는 스펙트럼상의 특정 지점에 위치한다. (예를 들어 완벽한 무신뢰성을 가지는 메타버스는 존재할 수 없다)

A. 무신뢰성

어떠한 제 3자의 신뢰를 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가 시스템 조작(거대 게임회사들의 확률 조작 사건을 상기하자)을 일으킬 수 없으며, 유저의 데이터/자산 주권이 훼손될 것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태양이 어느 날 갑자기 서쪽에서 뜨지 않는 것처럼, 우주의 자연법칙의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다.

B. 개방성

메타버스라고 일컫는 게임들은 얼마나 진정성있게 개방되어 있는가? 우주는 무한히 개방적이다. 사용자로서 뿐 아니라 시스템 개발자로서 서비스의 모든 레이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C. 상호운용성

로블록스에 있는 아이템을 마인크래프트로 가져갈 수 있는가? 우리는 지구에 있는 물건들을 가지고 화성으로 가져가 사용할 있다.

D. 결합성

우리는 이종 메타버스에 있는 각각의 기능들을 쉽게 결합시킬 수 있는가? DeFi 시장에서 일어나는 혁신처럼, 기존에 존재하는 인프라나 서비스의 조합으로 신뢰성 있게 동작하는 새로운 기능의 제품을 조립해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더리움 기반의 메타버스 게임, The Sandbox

위의 4개의 속성은 퍼블릭 블록체인 산업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개념이다. 디파이 등 탈중앙화 어플리케이션들이 프로토콜간 초월적 협력을 통해 시장 규모와 사용자층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는 비밀도 이러한 속성 덕분이다.

인류가 만들어낼 초월적 우주, 메타버스의 궁극적인 모습도 이처럼 퍼블릭 블록체인의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형성될 것이 자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한 순간에 운영자에게 우주의 법칙이 조작될 수도 있고, 평생 열심히 만든 자산을 다른 우주로 옮길 수도 없는, 그 위험하고 답답한 우주에서 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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